가장 유명한 보드게임을 10가지 꼽아 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 게임을 포함시킬 겁니다. 저라면 국내 시장을 반영해서 할리갈리, 루미큐브, 젠가를 포함시키기 때문에 10가지라고 선택지를 넓혔지만, 해외에서라면 5가지로 꼽으라 해도 빠지지 않을 작품입니다. 바로 아그리콜라(Agricola).
아그리콜라는 17세기 고달픈 농부의 삶을 그대로 게임판에 펼쳐내는데 성공한 작품으로 보난자 시리즈로 이미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라있던 우베 로젠베르크의 대표작입니다. 2007년 등장해서 그때까지 수년간 보드게임계 모든 순위를 평정하고 있던 푸에르토리토를 밀어낸 작품이죠.
아그리콜라(Agricola)
게임인원 : 1~4명
게임시간 : 30분~2시간
확장 및 관련작품 : 기술자덱, 크고작은피조물들, 아그리콜라 패밀리 등
작가 : 우베 로젠베르크
추천도 : 4.0(★★★★)
가격 : 4만원대 중후반(신판)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흑사병의 암울함이 지나간 직후인 17세기 유럽. 시대상황이 중요한 이유는 아그리콜라 게임이 그 당시 농부들의 고달픈 삶을 정말 잘 살려냈기 때문입니다.
아그리콜라를 대표하는 시스템이자 우베 로젠베르크하면 떠올리게 된 것이 바로 일꾼놓기입니다. 처음 등장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우베는 아그리콜라에서 일꾼 놓기 시스템을 한 차원 높여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꾼은 본인의 가족으로 등장하고 출산을 해야 일꾼이 늘어나며 그와 함께 운신의 폭도 넓어지게 됩니다. 또한 가족 수가 늘면 그만큼 보너스 점수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그리콜라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데, 늘어난 일꾼(가족) 수만큼 그들을 먹이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이를 제대로 못할 시에는 게임 승리와는 멀어지는 큰 감점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그리콜라 게임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당시의 배고픔과 가장의 고달픔을 간접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아그리콜라가 빡빡한 게임이라는 인식도 얻게 되었죠.
그럼에도 현재의 많은 보드게이머가 이 게임을 통해서 전략 게임에 발을 들여놓았고, 지금까지도 많은 인구가 아그리콜라를 최애 게임으로 꼽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양한 직업카드를 통한 리플레이성, 고착되는 듯하면서도 다른 루트를 발견하여 고득점 하는 쾌감, 나의 가족과 농가를 꾸민다는 아기자기함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출시된지 15년 가까이 된 지금 플레이하기에도 그 게임성이 훌륭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숫자가 팔리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운이 아닌 전략으로 진행되는 전략게임에 관심이 생기고 플레이해보고 싶다면 한 번 아그리콜라를 해보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빡빡함이 상당하기 때문에 잘 하기 쉬운 게임은 아닙니다만 그만큼 잘 해냈을 때의 쾌감이 큰 게임이기도 합니다.
또한 1인플, 2인플 모두 훌륭한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어서 코로나 시대에 집 안에서 부부끼리 같이 하기에도 좋은 게임입니다. 일꾼 놓는 타일을 선점하기 위한 인터렉션이 있긴 하지만 과도할 정도의 경쟁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농가와 집을 이쁘게 꾸며간다는 점에서 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하지만 난이도가 꽤 있다는 것은 명심하기 바랍니다.
저는 우베의 게임을 좋아하는데요. 아그리콜라가 가장 먼저 접한 전략 게임이기도 했고, 전작인 보난자를 보드게임 카페가 유행할 시절 친구들과 즐겁게 했던 기억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베 로젠베르크 작가는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이기 때문에 아그리콜라로 입문을 하게 된다면 이후 르아브르, 뤄양의 사람들로 대표되는 수확 3부작과 함께 오딘을 위하여, 기도하고 일하라 등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